• 최종편집 2024-04-29(월)
 


명리학자.jpg

지금 선거가 한창이다. 거의 모든 선거는 다수결원칙에 따라 다(多)득표자를 뽑는데, 이처럼 우리는 다수결 만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정책결정이나 지도자 선출에서도 거의 대부분 다수결 원칙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과연 다수결은 진리이고 항상 구성원들을 최대치로 충족시키는 합리적인 의사결정방식일까. 결론은 ‘아니다’이다.

 

물론,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단 2개만 존재할 때는 다수결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3개 이상이면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은 중대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개인의 선호와 사회전체의 선호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수학자인 꽁도르세(Nicolas de Condorcet)가 다수결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투표의 역설(voting paradox)’이라고도 불리는 ‘꽁도르세의 역설(Condorcet paradox)’은 다수결제도가 유권자의 선호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어떤 유권자가 A, B, C라는 3명의 후보자를 두고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할 때, A를 B보다 선호하고(A>B), B를 C보다 선호한다고 가정할 경우(B>C), 그는 당연히 A를 C보다 더 선호해야 한다(A>C). 하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그러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선호도와 무관하게 그 사회 전체 구성원의 선호도를 합쳤을 때는 이러한 논리적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최약체인 C가 최강체인 A를 물리치고 선택될 수 있는 결과(C>A)가 나올 수도 있다. 이는 단순 다수결에 의한 투표제도가 구성원 개개인의 선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동시에 다수결 제도에 커다란 흠결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세 명 이상의 후보자가 난립 할 때, 다수결에 의한 투표결과가 개별 주권자의 투표성향을 정확히 수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엉뚱한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마디로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탈락하고 최약체가 당선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민의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결국 다수결 제도는 후보자가 3명 이상이 될 때는 ‘어부지리’하는 후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 후보단일화 같은 또 다른 조치가 취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선거구에 세 명의 후보자가 출마하고 이중 두 명의 후보자는 지지층이 유사하고, 다른 한 후보자는 지지층이 상이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 최근에 부산시 수영구에 출마한 3명의 후보자가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국민의 힘’에서 탈당한 장예찬씨와 ‘국민의 힘’ 후보인 정연욱씨, ‘민주당’ 후보인 유동철씨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중에 장예찬씨와 정연욱씨는 각 25% 전후에 있고 민주당 김동철 후보는 40%대에 있는 조사가 있었다. 이 경우 지지층이 겹치지 않은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지층이 유사한 두 후보자 중 한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후보자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투표의 역설이다.

 

이러한 다수결 제도의 문제점인 ‘투표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대안적인 제도가 등장 했다. ‘전원합의체’라든가 ‘3분의 2 득표제’, ‘결선투표제’ 등이 등장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여러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투표방식을 개발해 왔으며,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그 어떠한 투표 제도도 완벽한 의사결정방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집단의사결정 방식은 없다는 것이다. 효율적이면 독재정부가 되기 쉽고 민주적이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이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애로(Kenneth Arrow)인데 그의 이름을 따서 케네스애로의 ‘불가능성의 정리(impossibility theorem)’라 부른다.

 

다수결 투표제도가 위력을 발휘하고 모순이 없으려면 선택지가 단 두 개뿐이라서 양자택일 하는 구조가 되면 문제가 없다. ‘꽁도르세 효과’는 바로 선택지가 3개 이상일 때 생기는 모순을 다루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사전에 후보단일화 등이 이루어지고 조국혁신당과 같은 비례전문 정당이 등장하면서 과거와는 다르게 지역구에서 여당과 야당이 거의 1:1구도의 선거를 치르고 있다. 다수결 투표제도가 잘 반영 될 수 있게 되었다. 민의에 가장 가까운 선거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명리학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있다. 생년월일시를 가지고 사주팔자를 편성하여 그 속에 용신과 상신간의 생극제화와 형충회합으로 길흉을 판단하는 것이 명리학이다. 이때 용신과 상신간의 관계가 1대1의 관계가 되면 격국의 성패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용신과 상신의 관계가 복합적인 구조를 띨 때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격국의 성패로 길흉을 판단하는데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즉 사주의 격국이 복합상신을 갖는 구조가 되면 용신과 상신의 구조가 1:2나 1:3의 구조가 되어서 격국성패의 해석이 매우 어려워진다. 때로는 평소에 흉신으로 작용하던 글자가 길신으로 작용하고 길신이 흉신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재격 사주에서 천간에 비겁과 칠살이 있는 경우에 겁재합살하는 현상이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다. 평소 재격사주에서 크나 큰 병(病)이 되는 겁재가 이 경우에는 칠살을 해결하는 상신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일종의 선거에서 후보단일화와 비슷하다. 또는 어부지리하는 경우와 비교 될 수도 있다. 사주에서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칠살격에서 식상과 인성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인성으로 인해서 칠살식제격이 파격이 된다. 이때 재성이 있어서 인성을 제어한다면 사주의 격국이 아름답게 이루어지는데 평소 칠살격에서 사주의 흉신인 재성이 사주를 구한 길신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선거든 인간관계든 명리학이든 모두 1:1의 관계는 성패가 분명한데 3자 관계는 복잡하고 난해하다. 삼각관계는 제3자 입장에서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당사자들은 불필요한 것에 힘을 쏟는 매우 힘든 과정이다.

 

 

 

김상운 기자 happy22say@naver.com

전체댓글 0

  • 5403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투표의 역설(voting paradox)과 명리학에서 다자관계 해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