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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을 무대에 담다”… 지체장애인부평지회, 연극 「고려의 꽃, 설죽화」 관람 행사

회원 첫 문화·여가 프로그램… 눈물과 감동의 무대에 큰 호응
“문화 향유는 장애인 삶의 권리”… 영화·스포츠 등 확장 다짐

 

【인천=김학현 기자】 인천지체장애인협회 부평지회(지회장 전경천)는 6일 인천 서구 청라 블루노바홀에서 회원들과 함께 연극 「고려의 꽃, 설죽화」를 관람하는 뜻깊은 문화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지회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본격적인 문화·여가 프로그램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회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연극 「고려의 꽃, 설죽화」는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 부모가 자식에게 보여주는 헌신적 사랑을 중심에 둔 작품이다.

 

고려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도 가족애라는 보편적 주제를 관객에게 선명하게 전달했다. 극 중 설죽화를 연기한 배우 김서영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특히 아버지가 호랑이로 환생해 딸을 지켜내는 장면과, 딸 설죽화가 그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 품에서 눈을 감는 마지막 장면은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관람석에서는 흐느낌이 이어졌다. 회원들은 숨죽여 무대를 바라보다가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눈물을 훔쳤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가슴이 먹먹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 회원은 전경천 지회장의 손을 꼭 잡으며 “너무 좋았다.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문화 향유의 갈증 해소한 무대

공연 직후 지회는 회원들과 간단한 식사를 함께하며 방금 본 무대의 감동을 다시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회원들은 저마다 공연 소감을 전하며 오랜만에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기쁨을 공유했다.

 

이번 공연은 대중아트컴퍼니(대표 장혜선)가 제작을 맡았다. 장혜선 대표는 “초연이라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조금만 보완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장애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문화”

전경천 지회장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문화·여가 활동은 장애인들에게 가장 취약한 영역”이라며 “오늘의 감동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연극뿐 아니라 영화 관람, 프로야구 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회원들과 문화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도 분명히 존재한다. 전 지회장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행사를 정기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가장 아쉽다”며, 지역사회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함을 피력했다.

 

◆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위안

이번 공연은 단순히 연극을 보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다. 문화적 접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애인들에게는 “나도 사회 속에서 문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자기 위안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회원들은 이번 무대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예술이 주는 울림을 경험하며 삶에 활력을 얻었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공동체적 유대감을 강화했다. 지회 관계자는 “이번 경험이 회원들의 삶에 새로운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작은 기회부터 하나씩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 문화복지의 첫걸음, 지역사회 소통의 장

전문가들은 장애인들에게 문화예술 활동이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문화 접근성이 부족할 경우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위축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지체장애인들이 공연을 통해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된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문화 향유는 선택이 아니라 권리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부평지회가 마련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회원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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