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톤, 가장 눈부신 운동
권영심
나는 마지막으로 뛴 것이 언제인지도 모를만큼 뛰지 않는다.
지금 나를 보면 믿지 않겠지만,나는 젊은 시절 잘 뛰었고, 또 뛰어야하는 이유들도 있었다. 걷는 것보다 뛰는 것이 주변의 기척을 물리치기에 좋았다. 전혀 안 뛰기 시작한지 아마 십 년은 되었지 싶다.
힘든 것도 이유가 있겠으나 지금은 만약 뛰다가 심장이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 걷는 것은, 10키로를 걸어도 힘들지만 빨리 걷다가 잠시 쉬면서 걸을 수 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보폭을 넓게 해서 걷는 것이 습관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는 것을 보면 무조건 보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 가운데 마라톤은,티비에서 나와도 보면서 이름도 모르는 선수들을 응원한다. 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이 된다. 내가 기안84을 응원하기 시작한 원인도 그의 달리기를 본 이후의 일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 인중에 마라톤의 황영조가 들어있을 정도다. 그래서 아무리 추운 겨울에 열려도 마라톤의 보조자원 봉사는 들어오면 수락한다. 지난 11월 23일,인천에서 첫 풀코스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42.195Km의 거리의 풀코스를 뛰는 국가대회는 인천에서는 처음이라는 뜻이다.
시장은 축사에서 이 대회를 세계 8대 메이저마라톤대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세계 여러나라에서 참가했으며 상금도 엄청났다. 문학경기장에서 열렸는데 우리는 이만여 명의 선수 들과 가족들을 위한 간식봉지를 만들고 나누어주는 일을 했다 .
6시30분에 집결해서, 20,000개의 간식 봉지를 만들었다. 무거운 음료수 상자를 계속 들어올리고 뜯고, 정신없이 집중하며 그저 기쁘기만 했다. 이런 뜻 깊은 행사에 작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가슴 벅찬 행복이었다.
자신만의 리그를 마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의 번호표에 사인하고 간식봉지를 나누어주는 일은 정말이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뛰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으나 마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을 반기며 몇 시간 동안 울컥하고 즐겁고 감동받고 행복했다.
몇 겹의 옷을 입고도 한기를 느끼는 날씨인데 들어오는 선수들의 반라의 몸에서는 땀이 흐르고 표정들이 얼마나 생생한지 놀라 웠다. 칠순이 넘은 러너들의 피지컬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달리 기의 위력이랄까...운동이 얼마나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런 나를 울컥하게, 더욱 감동하게 만든 것은 가족들이었다.
5Km와 10Km키로의 경기가 끝나고 풀코스 마라톤에 참여한 선수들이 들어왔는데 노년들과 젊은이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나이를 떠나서 몸들이 얼마나 좋은지,그 아름다움에 감동했다.
건강한 아름다움이 폭발하듯이 빛났다. 그 가운데 가족 러너들이 많이 보였는데 형제, 남매, 부자, 부녀, 부부들의 모습은 보석처럼 빛났다. 이름표에 내가 표시를 하고 간식을 주기에, 모습과 이름을 보면 관계가 보였고 물으면 영락 없었다.
풀코스의 긴 거리를 함께 뛰는 가족은 인생의 어떤 고난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만큼 눈부셨다. 다양한 가족들의 웃음과 서로를 보는 눈빛은 그것만으로 감동이었다. 가족들이 해체되는 일이 많아지고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이 시대 에, 함께 뛰는 가족의 힘이란 얼마나 위대한지를 깊이 느꼈다.
모든 운동은 경기를 하고 시합을 하고 패자와 승자를 반드시 가린다. 그러나 마라톤은, 뛰는 모든 러너들이 위대한 승자이다. 대회에서 점수가 생기고 일등, 이등...을 가리지만 그 긴 거리를 뛰어 골인하는 선수들은, 이미 삶의 가장 눈부신 순간을 만났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모두 아름다운 운동은 마라톤 뿐이라는 생각이 이번 대회로 더 확고해졌다. 완주를 했거나 일등을 했거나 가장 늦게 들어왔거나, 이미 선수는 자신의 서사를 이루었고 멈추지 않고 그 여정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여도, 여럿이어도 완벽한 운동이 마라톤이다. 인생이란, 결국 삶이란 함께 걸어가고 뛰는 여정이 아니겠는가? 그것의 실사화가 마라톤이다. 나도 뛰고 싶다. 꼴찌를 하더라도 5Km의 하프마라톤에라도 나가 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