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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예산이 아니라 시선의 문제”… 부평 장애인들, 인권 외친 첫 거리 집회

지체장애인협회 부평지회 회원 70여 명, “시설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라” 호소
“행정의 무관심보다 더 큰 장벽은 차별적 시선”… 존중과 변화 촉구

 

[매일뉴스] “우리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존중입니다.” 찬 바람이 매섭던 11월 7일 오후 5시, 인천 부평구청 정문 앞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조용히 모여들었다.

 

‘예산보다 시선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하나둘 펼쳐지면서, 차가운 거리 위로 뜨거운 외침이 번져나갔다.

 

이날 지체장애인협회 부평지회(지회장 전경천) 회원 70여 명은 부평구청 앞에서 장애인 인권 존중과 행정 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단순한 복지 예산 증액이 아닌, 행정의 태도 변화와 인간적 존중을 요구했다.

 

전경천 지회장은 “예산은 핑계일 뿐, 문제는 시선과 태도”라며 “우리는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받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시선… ‘안 된다’로 가득한 행정”

전경천 지회장은 며칠 전 부평구청 노인장애인과를 방문해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냉담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문제는 행정의 무능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라는 걸 절감했다”며 “부평의 행정은 ‘되는 방법’보다는 ‘안 되는 이유’를 찾는 데 익숙하다. 그 안일함이 장애인을 더 외롭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는 협회 회원들에게 ‘생애 첫 거리 집회’였다. 그동안 행정의 문을 두드리며 기다리던 이들이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한 회원은 “우리를 불편한 존재로 취급하는 시선이 더 두렵다”며 “이게 바뀌지 않으면 다음에도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 부평 행정 구조의 이례성

현재 부평지체장애인협회는 구청 내 ‘복지팀’이 아닌 ‘시설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는 인천 내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구조다.

 

전경천 지회장은 “장애인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주체”라며 “시설팀의 관리 대상이 된다는 건 장애인을 여전히 ‘관리해야 할 존재’로 본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 문제는 일부 부평구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한 의원은 “협회가 시설팀 소관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이는 행정 체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한 사람의 태도가 수천 명의 삶을 바꾼다”

현장에는 인천 계양지체장애인협회 박치문 지회장과 부평구농아인협회 이종원 지회장 등 타 지회 인사들도 함께했다.

 

 

박 지회장은 “이건 부평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문제”라며 “공무원 한 사람의 태도가 수천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원 지회장은 수화로 “우리의 언어는 달라도, 사람 대접받고 싶은 마음은 같다”고 전했다. 그의 손짓은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반려견 쉼터는 있어도 장애인 쉼터는 없다”

 

전경천 지회장은 인터뷰에서 “부평엔 반려견 쉼터는 있지만, 장애인 쉼터는 없다”며 “복지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행정이 바뀔 때까지, 시선이 달라질 때까지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70여 명의 회원 외에도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장애인 어르신은 “30년을 부평에서 살았지만, 행정이 우리를 사람으로 대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회원은 “우리는 시혜를 구걸하러 나온 게 아니다. 시민으로서 존중받고 싶을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선언”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 참가자들은 휠체어와 지팡이를 든 채 조용히 피켓을 들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분노와 자부심, 그리고 변화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이들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다. 이날의 집회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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