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생태계,툰드라의 사람들
권영심
명절을 앞두고 강추위가 계속되어 일요일에 가게를 쉬었다. 늦게 열어도 쉬지는 않는다였는데 아들이 극구 말렸다. 덕분에 집안에서 아들이 사다준 B만두를 여러 종류 쪄서 먹으며 뒹굴 뒹굴 잘 지내었다. 이런 시간이 있는 것도 참 좋았다.
이른 저녁부터 다큐를 찾아 채널을 돌렸는데 아주 오래 전에 만 난 그리운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툰드라...지리 시간에나 배우고 완전히 잊어버렸던 그 단어는 나를 붙들고 그 세계로 끌 어 들였다. 나는 숨도 멈추고 몇 시간 동안 몰입해서 보고 또 다시 보았다.
툰드라...핀란드어에서 유래했으며 나무가 없는 지역이란 뜻이 다. 시베리아부터 케나다 북부 지역까지 분포하는데 다큐에서 보여준 곳은 야말지역의 네네츠 사람들이었다. 시베리아의 야말반도의 뜻은 세상의 끝이라는 말이었다. 세상의 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나를 정신없이 잡아 당겼다.
이 툰드라 지역에서 수 천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살아왔고 살아 가는 네네츠족과,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툰드라는 학교 교과 시간에 배운,책 속의 지명이었지만 엄연히 존재했다.
자연의 엄혹한 조건에서 살아가는,자연 그대로의 사람들.
내가 넋을 놓고 본 것은 땅의 이해할 수 없는 변화와 조화였다.
수 미터의 얼음이었던 강과 호수가 녹으며 흙과 초원이 드러나는 데 여전히 먼 곳은 눈 천지였다. 촘이라 불리는 이동식 집 주위 는 밤이 되면 천상의 춤을 추는 오로라에 휩쌓여 지상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 계속되었다.
이 극한의 땅에 모든 신성이 존재함을 나는 보았다. 일주일에 한 번 해체되는 촘조차 세대를 이어오는 신성으로 지켜졌다. 장대와 순록가죽으로 만든 촘 안에서 이 무서운 추위를 견디고 살아야 하기에, 가장 높은 신성으로 받들며,가족들의 영혼의 보금 자리로 만들었다.
얼마 되지않는 기간의 여름에 툰드라의 생명의 기운이 폭발하는 장면은 경이로웠다. 생명의 정수가 응축된 기운으로 충만한 꽃과 풀과 이끼들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 인간과 순록이 하나 되어 뛰어 다녔다.
인간의 삶의 순수한 모태의 버전이 그 곳에 있음을 보았다.
대를 이어 태어나면서 그 곳에 있었기에 툰드라의 자연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있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주어지는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인간적임을 보았다.
툰드라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원수라 할지라도 어려움에 처하면 도와줘야 하고, 집에 외부인이 오면 사흘은 대접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영하 60도의 얼음과 눈의 땅 툰드라에서 지금까지 인간이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끼면서도 내가 본 것은 무엇보다 숭고한 원초적 인간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살아가 나...보는 내가 안타까운데 그들의 표정은 무표정하면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았다.
순록을 키우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이사를 하는데 집을 해체하 고 썰매에 싣고 가구를 옮기는 모든 일을 여자들이 했다. 집 안 의 일은 여자,집 밖의 일은 남자가 하는 것으로 철저하게 분업해 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모습들이 경이로웠다.
툰드라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놀랍게도 이끼였다 이끼는 순록의 중요한 먹이였고 비타민을 보충할 채 소였으며 아기들을 키우는 기저귀,그릇을 닦는 세제등 생활의 모든 곳에 쓰고 있었다.
모든 생활용품이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입는 것은 순록과 곰의 가죽과 털이니 언젠가 자연으로 그대로 돌아갈 것이다. 아기들이 순록의 피를 마시고 생살을 작은 칼로 찢어내어 먹는 모습에서 나는 눈물이 솟구치고 말았다.
ㅁ
문명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으악! 하겠지만 그것이 툰드라의 삶이었다. 왜 이 곳을 떠나지 않을까? 네네츠 사람들이 살아가 고 있는 이 영구 동토 야말반도는 천연가스의 보고라고 한다. 녹은 땅은 마치 파도가 치듯이 출렁거리고 그 위를 순록떼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달려갔다.
200미터가 넘는 유기물질로 형성되어 그 동안 손 댈 수 없었던 천연가스를 꺼내기 위한 개발이 시작되고 있었다. 철도가 놓이고 공장이 세워지는 모습이 보는 사람도 이질적인데, 그 곳에서 생을 이어온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생일도 없고 기념일도 없으며 새들이 날아오거나 날씨가 좋은 날이 바로 축제라는 사람들. 비가 오면 증발되면서 땅에서 구름 이 형성되는 곳,백야가 계속 되며 가을에 강에 넣은 어망을 겨울 에 거두는 곳,순록들이 끝 없이 달리며 인간의 생명이 되어주는 곳...곰의 머리를 잘라서 집안에 소중히 모시며 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이 지구에 존재한다.
이 땅이 천연가스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었다. 그러나 개발이 되어서 좋을 일은 전혀 없는 것이 문제인 야말반도,툰드라이다. 몇 시간 동안 이 다큐에 빠져 나는 순간 이동을 하고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