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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봉사/기부/수상

김장은 끝났지만 나눔은 멈췄다… 김치 전달 현장에서 드러난 연말 나눔의 빈틈

행사는 남고 도착은 빠졌다… 반복되는 김장, 반복되지 않는 배분 점검
“이제야 받는 느낌입니다” 직접 전달이 드러낸 구조적 사각지대

 

[매일뉴스] 연말이 다가오면 전국 곳곳에서 김장 나눔 행사가 이어진다.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들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사진을 남긴 뒤 행사는 정리된다. 그러나 김치가 실제로 누구의 집 문 앞까지 도착했는지에 대한 점검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연수구 청량로 일대에서 열린 세계교육문화원의 김장 나눔 행사에 사단법인 인천지체장애인협회 부평지회 회원 봉사자들이 참여했다. 이은심 국장의 주도로 김장 작업을 도운 뒤, 지회는 김치 50박스를 전달받았다.

 

 

이번 김치는 기존의 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달됐다. 전경천 부평지회장과 문경인 부지회장은 김치를 직접 들고 중증 지체장애인 가정을 하나씩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단순한 배분이 아닌 실제 전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첫 방문지는 삼산동 LH 1단지 아파트였다. 같은 단지, 같은 외관이었지만 생활 환경은 달랐다. 동마다 휠체어 이동 여건과 출입 동선이 달랐고, 같은 공공주택 단지 안에서도 이동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곳이 존재했다. 행정적으로는 하나의 ‘단지’로 관리되지만, 장애인이 체감하는 생활 조건은 결코 균등하지 않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김치를 전달받은 한 중증장애인 회원은 잠시 말을 고른 뒤 “직접 오셔서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오니까 이제야 받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 말은 감사 인사를 넘어, 그동안의 나눔이 실제 삶까지 도달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언에 가까웠다.

 

연말 김장 행사에서는 매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기관 관계자와 정치권 인사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사진을 찍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김치는 사진 촬영 이후 관행적인 배분 구조에 맡겨지고, 이미 연결된 곳으로 반복 전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받는 곳은 해마다 같고, 받지 못하는 곳 역시 변하지 않는다.

 

 

 

이날 방문은 중증장애인 가정뿐 아니라 청소년 쉼터와 그룹홈으로도 이어졌다. 한 그룹홈에서 만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는 “엄마가 제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조용히 말했다. 지원의 양보다 관계의 공백이 더 크게 다가오는 현실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부평지회의 등록 장애인 회원은 약 1,200명에 달하지만, 공식적으로 확보된 김장 물량은 10박스 수준에 그친다. 비공식 지원까지 포함해도 60여 박스 남짓이다. 이는 선의가 부족해서라기보다, 필요한 곳을 정확히 연결하는 배분 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파악과 전달 우선순위 설정은 행정의 기본 기능이라고 지적한다. 이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민간의 나눔은 행사로 남고, 실제 전달은 개인과 단체의 헌신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평지회 관계자는 “김장은 만들면 끝이지만, 나눔은 도착해야 끝난다”며 “행정을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아는 단체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김치 전달은 특별한 시도가 아니라 기본에 가까운 실천이었다. 직접 들고, 직접 방문하고, 직접 확인했다. 연말의 김장이 사진으로 남을지, 누군가의 겨울을 실제로 바꿀지는 결국 전달 구조에 달려 있다.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지금 사회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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