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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람을 잇다] “이 집은 내게 새 목숨입니다”… 한 장애인의 자립, 모두의 연대가 만든 기적

“한 달 안에 나가야 했습니다”… 절박한 외침에 민·관이 움직였다
부평6동에서 시작된 복지의 전환… 장애인 자립을 위한 사람 중심 행정의 모범 사례

 

[매일뉴스] “전동리프트랑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저는 죽어요.” 64세 지체장애 1급의 오의복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1977년, 새마을운동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 이후 하반신 마비. 평생 어머니의 도움으로 살아왔지만, 어머니가 91세에 세상을 떠나고 삶은 흔들렸다. 막내동생이 빌려준 집에서 어렵게 지냈지만, 동생의 파산으로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그마저도 한 달 뒤면 나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스스로 집을 찾는 것도, 복지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그에겐 쉽지 않았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 장애인이 입주 가능한 집은 많지 않았고, 그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 수밖에 없었다.

 

발품이 만든 변화… 복지의 출발점은 ‘현장’

2025년 5월, 부평6동 행정복지센터로 긴급 의뢰가 들어왔다. “시설 입소를 거부하는 중증 장애인에게 적절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호소였다.

 

맞춤형복지팀 유병순 팀장과 손종현 주무관은 현장을 직접 찾았다. 문제는 뚜렷했다. 기존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LH 임대주택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았고, 기존 주거급여·긴급지원 제도는 요건이 맞지 않았다. 이에 복지팀은 물리적 조건을 충족하는 매물을 직접 찾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다섯 군데 이상 돌며, 보증금 1000만 원 내외, 월세 50만 원 이하, 승강기 설치 여부, 휠체어 진입 가능성까지 꼼꼼히 확인했다.

 

민·관·정이 연결된 이례적 연대… “한 사람의 자립을 위하여”

이 과정에 또 다른 손길들이 더해졌다. 전경천 지체장애인협회 부평지회장은 오 씨를 협회 회원으로 등록하고 본격 지원에 나섰다.

 

김동민 부평구의회 의원, 유경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송애리 부평구청 노인장애인과 팀장, 양한영 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대리 등도 함께했다.

 

특히 유경희 시의원은 인천시 노인장애인과와 협의해 공공임대 매물인 ‘해찬솔주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양한영 대리는 자립지원 시범사업 신청부터 계획 수립, 심의까지 전 과정을 동행했다. 셀트리온 복지재단은 기저귀·패드 등 생필품을 후원하고, 후속 이사비 지원도 논의됐다.

 

6월 30일, 오 씨는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 대상자로 최종 선정되었고, 7월 15일 17평형의 채광 좋고 휠체어 동선이 넉넉한 집을 직접 선택해 계약을 완료했다. 오는 7월 24일 이사 예정이다.

 

 

“이 집이 제겐 새 목숨입니다”… 모두의 노력, 한 사람의 삶을 지켰다

“살면서 이런 집에 들어갈 줄은 몰랐어요.” 오 씨는 집 계약이 끝난 날, 담당 공무원과 협회장의 손을 꼭 잡았다.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이번 사례는 단순한 ‘주거지원’이 아닌 복지 철학의 전환점이다. 사람 중심의 접근, 제도 외의 영역을 메운 관계망, 그리고 공공의 책임을 나눈 협업이 있었다.

 

유병순 팀장은 “한 사람을 위해 복지의 문턱을 낮췄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고, 전경천 지회장은 “이 사례는 복지의 모델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한 사람의 절박함이 복지를 움직였고, 사람의 손이 희망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복지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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