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누구를 위해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요구 건이 지난달 28일 여당의 반발 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이날 농해수위 위원 19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과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총 12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2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다 사들이라는 것이다. 매년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쌀 과잉 생산으로 쌀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쌀 90만 t을 사들이는 등 시장 분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쌀 생산량이 예상 소비량 3%를 넘거나 수확기 쌀값이 평년 대비 5% 넘게 떨어지면 아예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사들여야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정부는 연 1조 원 넘는 재정 부담에 쌀 과잉생산도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쌀 초과 생산량이 2026년 48만 2000t에서 2030년 64만 1000t까지 불어나고, 이를 사들여 처분하는 데는 연평균 1조 433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 한데 대해 지난 4일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켜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쌀 소득 보장에 재원이 대거 투입되면 첨단농업 육성 같은 미래 대비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여러 쟁점법안 가운데 쌀 재배 농민을 등에 업은 '쌀 포퓰리즘'으로 불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집착하는 것은 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당대표를 의식한 다분히 정략적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쌀 포퓰리즘'은 농정을 왜곡하고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야당의 밀어붙이기식의 무리한 법개정은 재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