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뉴스ㅣ인천=이기신 기자】 인천시의 대대적인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오는 7월 1일 역사적인 출범을 앞둔 서해구와 검단구가 시작부터 심각한 재정난에 부딪혔다. 특히 신설되는 서해구의 경우 공무원 인건비와 쓰레기 처리비 등 행정 유지에 필요한 필수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재용 서해구청장 당선인은 최근 열린 인수위원회 첫 회의에서 신설 구의 재정 상황을 긴급 점검하고, 이번 재정 위기 대응을 민선 초기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인수위원회의 정밀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해구는 올해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법정 필수 경비인 공무원 인건비 140억 원과 주민 생활과 직결된 폐기물 처리비 40억 원을 예산안에 편성하지 못한 상태다. 인수위 측은 회의비와 행사 지원금, 부서 운영비 등 마른 수건을 짜듯 경상경비를 대폭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 예산의 구멍을 메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부족 수준을 넘어, 신설 자치구의 행정 기능 마비와 주민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범과 동시에 짊어져야 할 빚더미도 큰 부담이다. 서해구는 신설과 함께 지방채 278억 원과 향후 상환 의무가 있는 타회계 전입금 350억 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 둘을 합산한 총부채 규모는 무려 628억 원에 달한다. 자치구의 문을 열기도 전에 대규모 채무를 안고 시작하게 되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가 급선무로 떠올랐다.
이 같은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은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을 신생 자치구가 고스란히 짊어졌기 때문이다. 서해구와 검단구 분구를 위해 책정된 총사업비는 604억 원이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예산은 381억 원에 불과해 223억 원의 결손이 발생한 상태다. 더욱이 2025년부터 2026년까지 기존 서구가 자체 부담한 구비만 256억 원에 달한다. 정부와 인천시의 충분한 재정적 뒷받침 없이 분구가 강행되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신생 자치구로 전가된 셈이다.
재정 압박은 서해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출범하는 검단구 역시 초기 운영을 위한 경상경비가 약 100억 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관측됐다. 검단구는 첫해 예산으로 약 3,500억 원 규모를 편성할 예정이지만, 신규 세입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청사 운영비 등 고정 지출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검단구는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인천시에 특별조정교부금 지원을 긴급 요청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부족분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은 인구가 급증한 기존 서구의 행정 수요에 부응하고 청라·루원·가정지구 및 검단신도시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생활권 중심의 맞춤형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행정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장밋빛 기대와 달리, 출범 초기 최소한의 재정적 기반마저 결여되면서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게 됐다.
이 같은 재정난이 장기화될 경우 도심 개발과 주민 복지 사업은 전면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미 서해구는 필수 인건비 충당을 위해 문화 행사성 경비와 주민참여사업, 일부 복지 예산 및 생활환경 개선 사업비를 대거 축소하고 있다. 특히 두 지역 모두 청라국제도시, 루원시티, 검단신도시 등 교통·문화·체육시설 확충 요구가 그 어느 곳보다 높은 개발 중심지다. 재정난이 지속된다면 신규 공공시설 건립이나 필수 생활SOC(사회기반시설)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어 주민들이 기대했던 분구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번 사태의 가장 강력한 돌파구는 인천시의 전향적인 추가 재정 지원 여부다. 현행 법령상 시가 자치구 공무원의 인건비를 직접 대납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특별조정교부금을 대폭 증액하거나 신규 사업비를 우회 지원하는 방식은 가능하다. 신생 자치구들이 요청한 특별조정교부금이 얼마나 신속하고 충분한 규모로 교부되느냐가 초기 재정난 해소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구재용 서해구청장 당선인은 취임 직후 곧바로 '재정 위기 극복 특별전담조직(TF)'을 가동하겠다고 확언했다. 해당 TF는 행정안전부와 인천시를 상대로 한 전방위적 재정 지원 공세에 나서는 동시에, 자체적인 세원 발굴과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재정 누수 방지 대책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자체 전문가들은 향후 인천시민들이 유심히 살펴봐야 할 관전 포인트로 ▲인천시의 특별조정교부금 최종 지원 규모 ▲서해구·검단구의 전면적인 예산 구조조정 방향 ▲복지·교통·청소 등 청소행정을 포함한 필수 민생 서비스의 유지 여부 ▲행정체제 개편 비용의 실질적 부담 주체 규명 등을 꼽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의 궁극적 지향점은 조직의 비대화가 아닌 주민 밀착형 행정서비스의 고도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탄탄한 재정적 토대가 없는 자치구 신설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음을 시사한다. 인천시와 중앙정부, 그리고 신설 자치구가 어떤 정책적 묘수를 발휘해 이 재정적 파고를 넘어서느냐에 따라 이번 대대적인 행정체제 개편의 성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