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직장괴롭힘 신고만 22건... 결국 세상 떠난 피해자

  • 등록 2025.09.24 09: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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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폭행폭언 괴롭힘 이후 사내 심사 0건 인정.. 노동청 1건 인정
22년 이후 입사자 86명 중 33명 의원면직, 자발적 퇴사율 40%
이용우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 노동부 특별감독 실시해야”

 

[매일뉴스] 최근 한국지방세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직장내괴롭힘 피해자 A씨(29)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연구원에서 지난 1년여간 총 22건의 직장내괴롭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에는 피해자가 사내 비리를 고발한 대상들과 괴롭힘 가해자의 보복성 신고도 다수 포함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의원(인천 서구을)이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피해자 A씨의 최초 직장내괴롭힘 신고 이후 같은 해에만 사내 15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2건으로 총 17건의 신고가 있었다. 2025년에도 사내 2건, 노동청에 3건이 접수됐다. 정원이 88명(현원 78명) 정도인 소규모의 연구원에서 지속적인 괴롭힘 신고가 이어진 것이다.

 

직장괴롭힘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장괴롭힘으로 신고

연구원은 전국 자치단체와 정부(행정안전부)가 출자한 법정연구단체다. A씨는 지난 2023년 9월 관리직으로 입사해 연구기획부에서 일하다 지난해 3월 상급자 부장의 직장내괴롭힘을 신고했다. 당시 폭언과 폭행 기록까지 확인돼 가해자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또 A씨는 가해자의 괴롭힘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연구보고서 평가를 조작해 특정 연구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비리를 확인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이후 A씨를 향한 보복성 조치가 계속됐다. A씨를 향한 폭언과 폭행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가해자는 지난해 5월 A씨가 녹취자료를 불법 공유했다며 직장내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조사결과 판단불가 판정을 받자 가해자는 같은 해 9월 협박 및 강요, 명예훼손 등으로 또 다시 신고했다. 이 역시 불인정됐다.

 

평가조작 의혹을 받은 당시 부원장도 A씨를 포함해 평가조작에 반발하는 연구원 7명을 직장내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법률상 직장내괴롭힘은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사실상 사용자 지위에 있는 부원장이 부하직원을 대상으로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한 것이다.

 

연구원은 이 같은 가해자와 비리 의혹 당사자들의 신고를 모두 판단불가 판정을 내리거나 불인정했다. 더불어 피해자 A씨 평가조작 의혹의 피해 연구자들의 신고도 모두 판단불가 내지 불인정했다. 최초의 A씨를 향한 직장괴롭힘이 인정된 이후 접수된 16건을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원 측이 가해자와 의혹 당사자들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음으로 피해자를 향한 보복이 계속되고 결국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보복성 직장내괴롭힘 신고와 각종 소송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 10일 “지난 날의 고생, 자식을 위해 희생했던 청춘, 모두 갚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저를 용서하세요. 아프기만 했던 엄마 잘 부탁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8월 국회에 보낸 글에서 “2023년 9월부터 현재까지 정말 지옥을 살고 있다. 가해자는 저의 환경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지방에서 홀로 상경했다는 것도,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것도, 돈이 없다는 것도. 그렇기에 제가 회사를 당장 그만두지 못하는 것을 알았고, 그렇기에 더욱 지독하게 괴롭혔다”라고 호소했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시행해야”

연구원의 이 같은 분위기는 다수의 구성원이 퇴직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용우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연구원이 채용한 인원은 모두 86명이고 그중 현재 퇴직한 인원은 47명이다. 3년 만에 절반 이상이 연구원을 떠난 것이다. 특히 자발적 퇴사를 뜻하는 의원면직이 33명으로 전체 채용인원의 40%에 달한다.

 

이에 이용우 의원은 “전국 지자체와 정부가 출연한 연구원에서 이 같은 처참한 일이 발생한 것에 깊은 유감”이라며 “연구원에서 발생한 직장내괴롭힘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연구원에 뿌리 깊이 박힌 부조리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연구원의 자정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직장내괴롭힘으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한 이상 고용노동부 철저한 특별근로감독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원장 등 평가조작 의혹 당사자들은 권익위에서 일정 혐의가 인정돼 경찰에 업무방해죄로 입건된 상태다. 앞서 지난해 7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연구원 3인이 평가조작, 욕설 등을 이유로 신고한 직장내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으나, 사측이 조치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김학현 기자 upitprie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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